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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뉴스 | [동아일보] [21세기 新천재론]<16>美시나리오 공모 2위 19세 구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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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남센터 작성일09-06-12 13:47 조회2,7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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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천재론]<16>시나리오 공모 2위 19세 구혜민


 


케이블TV를 통해 영화에 입문한 뒤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나리오로 미국 예일대에 진학하게 된 호모 비디오쿠스 구혜민 양. 영화 촬영에 쓰는 조명갓의 사각 프레임 너머 그가 꿈꾸는 영화는 과연 어떤 빛깔일까. 신원건 기자
#1 여성이라고 특별 대접을 받는 것 역시 남녀 차별이라고 반발하는 한국의 페미니스트 여고생.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애교 공세로 위기를 모면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분개한다. 그래서 남장을 하고 남자 고등학생처럼 행동하며 그들과 똑같이 즐기고 똑같이 벌 받기를 자원한다. 그러다 원치 않은 사건에 휘말려 다른 남학생들과 가혹한 단체기합을 받게 된 순간 그는 울먹이며 자신이 여학생임을 털어놓고 만다.

#2 명문대 입학을 꿈꾸는 미국 여고생. 공부만 좋아하는 그의 고민은 성적은 우수한데 아이비리그 입성에 필수요소인 톡톡 튀는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 없는 개성을 만들기 위해 그는 평소 관심도 없던 남학생과 연애전선에 뛰어들고 마약에도 손을 대 보지만 돌아온 것은 환멸과 상처뿐. 하지만 그는 자신의 비참한 연애담을 소설처럼 과대 포장한 자전적 에세이로 원하던 아이비리그에 당당히 입성한다.

#3 영화감독을 꿈꾸는 한국의 고3 여고생. 남들은 한창 입시 공부할 때 영화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미국의 유명 영화잡지사의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 소식을 접한다. 생애 처음 써 보는, 그것도 영어로 써서 보낸 시나리오가 1176편의 공모작 중 2위를 차지했다. 그 덕분에 할리우드로 초청돼 올리버 스톤 감독과 유명 제작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경험에 힘입어 그가 그처럼 좋아하던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와 에드워드 노턴이 졸업한 예일대에 합격한다.



여고생이 등장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모르긴 해도 아마 #3을 지지하는 표가 가장 많을 것 같다. 그러나 #3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올해 9월 예일대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구혜민(19) 양의 실화다.

#2는 구 양이 지난해 미국 영화잡지 ‘필름 메이커스(Film Makers)’가 주최한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한 A4 45장 분량의 ‘냉정과 열정 사이 어딘가(Somewhere between Calm and Passion)’의 내용이다. 놀랍게도 그는 한국에선 꿈의 교육제도로 포장되고 있는 미국 대학입시정책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1은 그가 고2 때 감독한 20분짜리 단편영화 ‘소녀는 울지 않는다’의 내용. 이 작품 역시 일반 여학생이라면 대부분 지지하기 마련인 여권운동에 대해 “여성의 권리는 물론 남성의 권리까지 누리려 하면서 정작 남성들의 짐은 나눠 지지 않으려 한다”고 날 선 문제의식을 보여 준다.》

○ 21세기형 케이블키드의 초상

구 양이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것은 한국의 교육제도가 한몫을 했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 돼 유학을 간 부모님을 따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5년을 보내다 귀국했다. 돌아와 둥지를 튼 곳이 하필 ‘교육공화국’ 서울 강남이었다. 미국에서 자유롭게 놀던 그로선 학원을 놀이터 삼는 친구들처럼 살기 싫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길을 택했다. 자연히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가 없었다. 옛 생각도 나고 어눌해진 한국어 실력도 늘릴 겸 케이블TV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루 2편 이상씩 영화를 보던 그는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고교 진학 시기가 다가왔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싶었다. 운 좋게 민족사관고에 입학했다. 민사고는 입학시험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교과과정만 열심히 쫓아간 그는 응시할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유독 그해에만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이 실시됐다. 그렇게 그는 장래희망을 영화감독으로 써 넣은 학생으로는 처음 민사고에 입학했다.

그에게 민사고에서 첫 1년은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 같았다. 중학생 때 이미 ‘수학의 정석’을 뗀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서였다고 한다. 펑펑 울기도 했고 자퇴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민사고 최초의 영화동아리 ‘시네시타’(무솔리니가 만든 영화도시의 이름)를 만들었다. 시네시타가 제작한 첫 영화에선 촬영을 맡았고, 2학년 때는 감독을 맡았다. 3학년 때는 혼자서 감독·연기·편집·음악을 맡은 ‘졸업’이란 8분 분량의 뮤직비디오로 한 신문사 주최 청소년문화콘텐츠창작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러다 필름 메이커스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 2등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10명의 수상자 중 최연소자였음은 물론 미국이 아닌 해외 거주자로도 유일했다. 두 달 뒤 예일대에서 입학통지서가 날아왔다.

○ 나만의 삶, 나만의 길

여기까지 이야기만 들으면 구 양은 억세게 운 좋은 영화 신동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머니 홍기화(47) 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두 돌도 되기 전에 한글을 떼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초등학교 입학 3개월 만에 영어 보충교육이 필요 없었다. 미국 정부에서 학자금을 후원하는 별도의 영재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학원 한 번 안 다녔지만 전교 1등을 3차례나 차지했다. 지능지수(IQ) 150 이상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의 정식회원이기도 하다.

고1 담임교사 안상준 씨에 따르면 구 양은 민사고 학생 중에서도 성적 상위권의 학생이었다. 구 양의 미국 수학능력평가시험인 SAT 성적은 2400점 만점에 2320점. 시험 성적만으로 봐도 예일대 진학이 가능한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객관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들처럼 변호사 의사 같은 안정된 길을 마다하고 영화감독을 꿈꾼다는 점이다. 구 양은 “영화가 나만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터널 선샤인’과 ‘수면의 과학’을 연출한 미셸 공드리 감독처럼 자신만의 독창적 이야기를 영상화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그가 영화를 하겠다며 영화학이 강한 미국 서부가 아니라 동부 예일대를 택한 것도 예일대 출신 영화인들의 공공연한 모교 사랑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들은 자신이 어느 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법이 없는데 유독 예일대 출신들은 영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예일에서 배웠다고 강조하더라고요. 그래서 꼭 예일대에 가고 싶었어요.”

그 자신의 말처럼 예일대로 진학한 뒤 인생 진로가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열아홉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겸손하고 성숙한 이 소녀가 만들어 낼 미래의 영화가 보고 싶어진 것은 기자만의 욕심은 아닐 듯하다.

권재현 기자 [email protected]

::구혜민은…::




△생년월일 1988년 12월 16일 △혈액형 B형 △출신교 서울교대부속초교-서운여중-민족사관고-예일대 입학 예정 △존경하는 사람 어머니 홍기화 씨 △좌우명 마음을 비우자 △주요 입상 경력 2006년 한겨레신문 주최 청소년문화콘텐츠창작 페스티벌 우수상 2006년 ‘필름 메이커스’ 주최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2등상

■ 어떻게 시나리오작법 익혔나

구혜민 양은 혼자서 시나리오 작법을 익혔다. ‘필름 메이커스(Film Makers)’의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도 혼자 영어 시나리오책 대여섯 권을 독파한 뒤 정식으로는 처음 써 본 시나리오였다. 그 책들은 어디서 얻었을까. 민사고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도서관에 시나리오 작법, 그것도 영문책을 누가 갖다 놨을까.

1학년 때 그의 담임교사였던 안상준(38) 씨였다. 미술교사인 안 씨는 “민사고엔 워낙 독특한 아이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혜민이가 가장 특이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장래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기 마련인데 구 양은 입학 당시부터 자기 확신이 뚜렷했다. 반면 그런 신념에 비해 겸손함을 넘어서 실제 자신의 재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컸다.

미국에서 컴퓨터와 비디오를 전공한 안 씨는 구 양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다. 실제 구 양의 다중지능적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와 자기성찰, 논리수학 등이 상위 5% 안에 들었는데 특히 공간지능은 상위 0.1% 안에 들 만큼 뛰어났다. 공간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미술, 건축, 영화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안 씨는 그런 구 양이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소리 없이 뒤에서 돕는 길을 택했다. 미국의 영화전문 책자를 신청하고, 해외 유수 단편영화제 수상작들을 모아둔 DVD를 장기 대출해 도서관에 비치해 뒀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구 양은 자료들을 섭렵했다. 이 자료를 대출해 본 사람은 전교에서 구 양 뿐이었다.

안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는 너무 한 가지 답만 요구합니다. 그들의 다양한 재능이 다양하게 조합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어떻게 조합해 내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경이롭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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