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생이 어느 면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지 잘 모른다. 또한 학생이 어떤 과목이 뒤떨어지면 그 과목을 보충하려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뒤처진 과목은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목을 우수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고 과도한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뒤처진 과목은 다중지능 중 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과목은 보충을 해도 남보다 월등하게 우수해지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뒤떨어진 과목은 기본 수준까지만 보충하고 잘하는 과목을 더 잘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을 배출할 만큼 창의력이 뛰어나다.

현용수의 ‘문화와 종교교육’에서는 유대인들이 우수한 이유가 가정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유대인들은 가정에서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한다. 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서로 토론하고 질문을 많이 주고받는다. 이때 부모는 자녀에게 답을 즉시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질문을 많이 하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생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25%, 세계 억만장자의 30%, 명문 하버드대 재학생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 교육과 연관된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수많은 동물들이 모여서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토끼는 '달리기'를, 새는 '날기'를 과목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물고기는 '수영'을, 다람쥐는 '나무타기'를 과목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동물들은 이 모든 걸 과목으로 정해놓고 누구나 이 모든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토끼는 달리기는 잘하지만 날 수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토끼처럼 달리기를 잘하는 동물이 '날기' 수업을 받으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사들은 '날기'를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토끼를 높은 가지 위에 올려놓고 뛰어내리게 했다. 토끼는 나무에서 뛰어내리다가 머리를 크게 다쳤다. 뇌에 손상이 생긴 토끼는 달리기조차 잘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동물들도 모두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졸업식 때 수석을 차지한 동물은 어느 과목에서나 지진아 취급을 받던 뱀장어였다. 뱀장어는 거의 모든 과목을 그럭저럭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존 로크는 '인간에게는 천부적으로 주어진 본유관념(本有觀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관념은 후천적(後天的)인 경험을 통해서 이룩된다'는 백지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백지와 같이 아무런 관념도 없다는 것으로 우리가 알거나 혹은 생각하는 모든 사물들은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다.

일본인들이 즐겨 키우는 물고기 중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코이'는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8㎝정도밖에 자라지 않지만, 조금 더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25㎝까지 자란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강물에 놓아두면 120㎝까지도 자란다. 이 물고기 이야기를 교육에 비춰보면 생각할 점이 많다.

어떤 면에서 우리의 학생들은 '코이'와 같은 존재다. '코이'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므로 수족관이 아닌 강물에서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우리 교육자의 몫이다.

학생의 소질을 생각하지 않고 교육자의 욕심으로 가두어 키우면 작은 수족관에서 자란 '코이'처럼 좁은 안목을 가진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더 넓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면 더 넓은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자는 학생에게 명문대학 진학이라는 좁은 틀을 강요할 게 아니라, 좋은 교육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