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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6-20 11:25 조회2,5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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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창의적 체험활동 ‘1인 1기’는 꿈 찾아가는 나침반

[중앙일보]입력 2012.04.12 11:01

[학교 탐방] 압구정동 현대고

현대고 자동차항공기연구반 학생들이 ‘발사나무 크레인’을 만들고 있다. 구기복(가운데) 강사는 지난해 현대고를 정년퇴직한 뒤 명예교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지난 5일 오후 4시30분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고. 정규수업이 끝나면 조용해지는 여느 학교와는 달리 교내가 시끌벅적하다. 방과후 창의적 체험활동인 ‘1인 1기’에 참여하는 학생들 때문이다. 현대고 1학년 학생은 매일 8교시에 경제·체육·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활용할 자신만의 ‘스펙’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꿈과 진로를 찾는다. 1인 1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현대고 학생 3명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고교생 미래CEO과정 박윤석(2학년)군 “매킨지 같은 세계적 컨설팅회사 만들 겁니다”

박윤석(사진)군은 어려서부터 경영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봐도 경제나 기업 관련 기사에 먼저 눈이 갔다. 자연스레 경영·경제학과 진학을 꿈꾸게 됐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까’에 대해선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그랬던 그가 고교 진학 1년 만에 경영컨설턴트라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됐다. 요즘엔 매일같이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고교생 미래CEO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고교생이 갖춰야 할 경제감각과 경영마인드를 키워내기 위해 현대고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1년 동안 16차례에 걸쳐 대학 교수나 기업 CEO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다.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 전략’ ‘애플과 삼성의 리더십’ ‘청년 CEO의 경영 스토리’ 같이 청소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들로 짜여졌다. 박군은 상명대 경영학과 권기환 교수의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다. “아무리 튼튼한 재정을 가진 대기업도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망할 수 있고, 기울어져 가는 중소기업도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살려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위기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는 경영컨설턴트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박군은 현재 경제신문을 만드는 교내 동아리 ‘이코노미스트’에서 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도 경영·경제 지식과 연계해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동아리 티셔츠를 사려고 시장에 간 적 있어요. 같은 물건을 구매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싸게 팔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싼 값을 부르는 상인들의 모습을 발견했죠. 고교생 미래CEO과정을 들으며 강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강연자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 주체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후 박군은 비대칭성과 관련한 이론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아는 게 힘이잖아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경영·경제 분야에 더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번 학기 중에 발행할 경제신문에는 고교생 미래CEO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강의 내용과 강사 인터뷰, 학생들의 느낀 점을 모아 경제·경영 관련 고급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목표를 세웠다. “이 모든 경험은 경영컨설턴트라는 꿈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10년 후 고교생 CEO프로그램의 강연자로 현대고를 방문할 저를 기대해주세요.”


오케스트라반 전재우(1학년)군 “오케스트라 이끄는 경험하며 국민MC 꿈꿔요”

지난달 고교 입학식에 참석한 전재우(사진)군은 의구심이 들었다. ‘왜 학교 행사에서 교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안 하지?’ 아주중 재학 시절 한 사설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을 연주했던 전군은 당시 경험을 살려 고교 진학 후에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할 기대에 부풀어 있던 터였다. 하지만 현대고에는 오케스트라가 없었다. 방과후 창의적 체험활동의 하나로 악기연주반과 바이올린반·클라리넷반·플룻반이 있을 뿐이었다. 학교 측에 “왜 교내 오케스트라는 없느냐”고 물으니 “희망하는 학생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에 전군은 자신이 교내 오케스트라을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재학생들도 교내 행사에서 친구와 후배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4개 반으로 나뉘어 있는 악기연주와 관련된 방과후 체험활동을 하나로 통합했다. 단원 20명과 객원연주자 1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자청했다. 결성된 지 한 달 남짓 지나자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음악 열정과 학교 사랑으로 똘똘 뭉쳐졌다. “30일 1학년 학생들의 꿈을 담은 타임캡슐을 봉안하는 기념식이 열려요. 그 행사에서 현대고 오케스트라가 첫 공연을 합니다.” 이 행사를 위해 단원들은 요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과후에 연습하자” “아침에 모이자”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가 오케스트라에 열정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장래 희망인 방송 MC에 한 발 다가서는 교두보가 될 거란 확신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와 방송 MC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공통점이 많아요. 무대에 선다는 것이 닮았고, 나 아닌 누군가와 조화를 이뤄야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비슷하죠.”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를 이끌어내 청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MC도 마찬가지다. PD와 카메라맨·작가들의 의도를 파악해야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고교 시절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가능한 많은 무대에 서고 싶어요. 무대 공포증도 없애고 리더십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은 대입에서도 저만의 ‘스펙’이 될 수 있겠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해 국민MC를 꿈꾸는 그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자동차항공기연구반 박주호(2학년)군 “보트·자동차 만들며 신동력 개발 꿈 잡았죠”

“자동차항공기연구반라니까 이론적 지식만 쌓는 줄 아셨죠? 아니에요. 자동차와 보트·항공기를 직접 만듭니다.”

 박주호(사진)군이 안내한 자동차항공기연구반 교실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일반 교실의 1.5배 크기인 그곳에는 보트, 잠수함, 차체 없는 자동차가 가득했다. 책상 이곳 저곳에는 주사기와 발사나무(모형비행기·장난감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목재)로 만든 크레인이 놓여 있다. ‘발사나무 크레인’은 자동차항공기연구반에 들어온 학생이 처음에 만드는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건물·교량에 사용되는 트러스 구조를 이해한다. 박군은 크레인 바닥에 붙어 있는 4대의 주사기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책상 위에 놓인 지우개를 집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목표는 계란을 옮기는 것이었어요. 크레인을 어떤 구조로 설계해야 더 튼튼할지, 집는 부분의 모양을 어떻게 만들지 수도 없이 고민했죠. 완성된 후 계란을 옮겼을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현대고 자동차항공기연구반은 1991년 자동차와 항공기 연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다. 이듬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인 환경자동차)를 설계·제작했고, 1993년에는 1ℓ의 휘발유로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1996년엔 1인승 헬기를 제작·발표하면서 각종 과학·기술잡지에 연구성과가 게재되기도 했다. 현재는 1인 1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초구에 사는 박군이 지난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현대고에 지원한 동기도 자동차항공기연구반에 들어가고 싶어서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모터쇼에 갔다가 자동차 업체에서 나눠주는 안내책자를 받았어요. 차량별 배기량과 연비·마력 등이 적혀 있더군요. 이를 활용해 자동차 성능을 비교하고, 연비 대비 마력을 계산하는 작업이 흥미로웠습니다.” 이후 ‘자동차 개발자’의 꿈을 갖게 됐다. 고교에 진학한 뒤 자동차항공기연구반에서 자동차·항공기·보트 설계와 관련한 지식을 쌓고, 직접 제작하면서 ‘신동력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꿈을 구체화했다. 동아리 활동 경험을 살려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으로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하는 게 1차 목표다. “자동차항공기연구반을 통해 확실한 꿈을 찾았고,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어요. 20년 후에는 제 손으로 환경오염 걱정 없는 자동차·항공기를 만들 겁니다.”


Interview 서범석 교장'자신의 꿈이 뭔지부터 아는 게 성공으로 가는 열쇠”

현대고 서범석 교장
현대고가 인성·진로교육 위주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한 건 자율형사립고 전환 1년 전인 2010년 3월 서범석 교장(61)이 부임하면서부터 다.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내고 ‘교육통’으로 불린 그는 현대고로 자리를 옮긴 뒤 고등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지식만 갖춰서는 차세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성공으로 가는 열쇠”라는 결론을 내렸다.

-진로교육을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당시 교육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교육계에 몸 담은 지 올해로 36년째다. 국내 교육정책을 구상하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진로교육의 부재’가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는데 서울대에 합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학창시절부터 구체적인 꿈을 찾아야 공부에도 몰입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벽에 부닥친다.”

-이를 위해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자율고 전환 후 학생들의 꿈을 담은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입학 1개월 전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사들은 신입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으라’는 임무를 준다. 입학 후 한 달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 다중지능적성검사나 소질적성검사 등을 통해 적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30년, 10년, 5년, 3년 후 자신의 꿈을 적는다. 타임캡슐은 개교기념일인 4월 말 봉안식을 하고 학생들이 가장 자주 지나가는 중앙현관에 보관한다. 봉안식에선 친구들끼리 모여 ‘반드시 꿈을 이루겠다’는 의식을 열기도 한다. 30년 후 홈커밍데이 행사 때 개봉할 예정이다.”

-단지 꿈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에 걸쳐 학생 7~8명을 묶어 교장이 직접 면담을 진행한다.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관련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때 학생들은 타임캡슐에 써 넣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한다. 상담하러 온 친구들 앞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말하면서 의지를 다진다. 자신의 꿈을 공개석상에서 공유한 뒤 ‘자신의 말에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1인 1기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인성 함양을 위해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고 1학년 학생의 교육목표는 ‘체(體)·덕(德)·지(智)’다. 건강한 신체가 뒷받침 돼야 바른 인성을 갖고 지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 때만이라도 체육과 음악·미술 분야 중 하나를 골라 배우고 익히면서 특정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국어·영어·수학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하지만, 1인 1기를 통해 길러진 집중력은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 공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교가 늘어나고 있는데.

 “강남 지역 고교이다 보니 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이 많다.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거나 국내 대학에서도 글로벌인재 전형을 염두에 둔 학생들을 위해 현대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국제반 운영과 해외 자매학교와의 교류 프로그램, AP(Advanced Placement, 선학점이수제) 방과후 수업, AP 테스트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고에서 국제반을 운영한다는 게 특이하다.

 “국제반은 인문·자연계, 남·여학생으로 나눠 모두 4개 반을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은 한국어로 수업을 하고 있다. 해외 대학 진학보다는 국내 대학 국제학부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한다.

-해외 자매학교와의 교류 프로그램은 뭔가.

 “1995년부터 중국 베이징(北京)15중학교와 자매학교 결연을 맺었다. 교직원 교류를 시작으로 2001년부터는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년 두 학교에서 각각 10명의 학생이 오간다. 양국 교육과 문화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국제감각을 기를 수 있다.”

-수시모집 확대로 진학지도에서 달라진 점은.

 “올해부터 진학지도정보센터를 확대, 개편했다. 중학교 내신성적부터 고교에 올라와 치른 모든 시험성적을 컴퓨터에 입력한다. 이를 토대로 진학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과성적은 물론 비교과활동 내역까지 세밀히 검토해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교과·비교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대학합격률을 높일 것이다. 현재 2학년이 졸업할 때쯤 효과가 나타날 거라 확신한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150명을 합격시키는 게 목표다.”


학생회장 하지웅(3학년)군이 말하는 ‘국토순례’ 프로그램
“이젠 못할 게 없다” 자신감 … 가능성 없던 학생회장 도전


하지웅(오른쪽)군과 국토순례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국토순례는 현대고가 자랑하는 특성화 프로그램입니다. 현대고 설립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남북화해의 기초를 다진 뜻을 기리기 위해 1999년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국토순례단에 선발된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7박8일에 걸쳐 200㎞를 걷습니다. 학생과 교사·졸업생 등 200여 명이 참가하죠.

지난해 국토순례단이 방문한 곳은 제주도입니다. 학교에서 고속터미널까지 걸은 뒤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어요. 나름 편안했던 일정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뒤엔 하루 평균 30㎞ 정도를 쉬지 않고 걸었죠. 국토순례를 다녀온 선배들이 “정말 힘들다”고 얘기할 때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라며 비웃었던 게 사실이었어요. 직접 걸어보니 얼마나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지 알겠더군요. 동요의 한 소절처럼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한 길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모래알이 아스팔트로 바뀌어 길에서 내뿜는 열기가 한층 뜨겁다는 게 다를 수 있겠네요.

위기는 국토순례길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습니다. 둘째 날이었어요. 한라산 백록담을 오를 때였죠. ‘편한 집 놔두고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회 수업시간 한라산에 관한 내용을 배울 땐 한라산이 얼마나 높은 산인지 몰랐습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는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짜증도 났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위를 둘러봤어요. 선생님과 대학생 선배, 친구, 후배들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서로 격려하며 “힘내자”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힘을 냈습니다. 등반을 시작한 지 8시간째, 백록담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그때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습니다. ‘나는 이제 못할 게 없다.’

일정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뒤 국토순례를 떠나기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제 모습을 봤습니다. 예전의 저는 가능성이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2학년 1학기 때까지 국어·과학·윤리처럼 싫어하는 과목에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과목별 성적편차가 심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끝까지 부딪쳐봅니다. ‘누가 이기나 겨뤄보자’는 생각이죠. 마음가짐이 변하니 자연스레 성적도 오르더군요. 학생회장에 도전한 것도 국토순례 영향이 큽니다. 당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 도전할 생각도 안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2학년 2학기 때 용기를 냈어요. 그리고 당선됐습니다. 지금의 현대고 학생회장 하지웅을 만든 8할은 국토순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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