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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뉴스 | 매일 5시간 영어 유치원… 아이가 한국말을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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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2-20 14:11 조회1,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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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으로 언어장애 늘어  전문가 “6세 이후로 늦춰야”


“오…오리, 사…사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A 군(8)은 쉬운 단어를 발음할 때도 심하게 말을 더듬는다. A 군은 ‘학교에 간다’는 간단한 문장을 읽을 때도 ‘어∼ 으∼’ 소리를 섞어 말한다. 맞벌이를 하는 A 군 부모는 주말마다 A 군 할머니에게 양육을 맡겼다. A 군은 주말 내내 할머니 집에서 영어교육 DVD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5세 때부터는 매일 5시간씩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영어 유치원에 나갔다. 결국 A 군은 7세 때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는 언어장애가 생겼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 군 어머니는 “영어 교육에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탈났다”며 울먹였다.

14일 서초구의 한 언어치료학원.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A 군처럼 영어 조기교육을 받다가 말을 더듬게 된 어린이들이다. 언어치료 교사들은 아이들이 말을 할 때 비정상적으로 숨쉬는 습관을 지적하고 단어의 발음과 문장을 읽는 속도를 잡아주고 있었다. 완치까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

초등학교 1학년 B 군은 ‘사과’를 ‘사갸’로 읽는 등 미국 사람을 흉내 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노모 원장은 “어릴 때부터 집중적인 영어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언어 간섭 현상으로 문장 구성도 못한다”며 “심할 경우 초등학교에 가서도 간단한 문장을 소리 내 읽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은 “무리한 언어 교육은 아동학대에 가깝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어교육 DVD와 영어 유치원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언어장애 치료학원을 찾는 어린이가 최근 크게 늘었다. 한국언어장애전문가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언어장애인은 1만7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실제 영어교육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최소 5만∼10만 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이 아이들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외국어 교육을 6세 이후로 늦출 것을 권한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리한 선행교육은 스트레스를 일으켜 1, 2세 아동의 뇌세포를 손상하기 때문에 뇌 발달 나이에 따라 0∼3세에는 감각과 감정을, 3∼6세에는 인간성과 창의력을 주로 가르치고 6세 이후부터 외국어를 교육하도록 권장한다.


[ 동아일보 2010.2.20 기사 ]

조영달 기자 [email protected]  
박훈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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