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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뉴스 | 다중지능이라는..- 신희섭 KIST 뇌과학연구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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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7-31 21:39 조회2,0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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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기, 자판기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신희섭 KIST 뇌과학연구소장 인터뷰
2011년 07월 27일 (수) 18:11:34 조연비 기자 [email protected]

'똑똑한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

사람의 모든 행동이 다 뇌와 연결된 거예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머리 좋은' 사람의 인식을 바꿔야 해요.'
푸른빛이 울창하게 우거진 지난 7월 6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숲길 속에 자리 잡은 뇌과학연구소를 찾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뇌인지과학자의 책상 앞에는 빽빽한 메모지와 책이 높게 쌓여 있었고 다기(茶器)가 놓여있었다. 햇살이 드는 창 밖으로는 나무가 보였다.

신희섭 뇌과학연구소 소장은 치매와 감정, 공포와 간질, 통증 등 인간이 뇌로 느끼고 감지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활발하게 해왔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사이언스> 등에 게재한 논문만 해도 80여 편이다. 끊임없는 탐구심으로 대한민국 국가과학자 1호로 선정되었으며 한탄생명과학상•함춘의학상•듀폰과학기술자상•호암상•KIST인 대상•AFH렉처십상•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등을 수상,  뇌과학에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인상 좋은 신희섭 뇌과학연구소 소장은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 신희섭 소장이 연구실 책상 앞에서 활짝 웃음을 지었다. 빼곡한 메모지와 서류가 붙은 책상 옆에는 환한 햇살이 들고 있었다.

- 신 소장님 표정을 보면 누구와도 소통을 잘 하실 듯합니다.
'하하. 그런가요? 그렇게 봐주니 좋네요.'

- 뇌 연구로 오랫동안 쥐 실험을 하면서 함께 해 오셨죠. 쥐와 각별하시겠어요.
'(웃음)아니요. 실험 대상이죠. 하지만 생명입니다. 필요해서 쥐를 가지고 실험하고 있지만, 생명이라는 것은 잊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그 연구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 질문하게 되죠.'

- 많은 사람이 뇌 전문가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어떻게 하면 뇌를 잘 쓸 수 있는지.'일 것 같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뇌를 잘 쓰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어떤 뇌를 잘 쓴다고 하나?'

- 창의적이고 똑똑하다, 학습 능력이 좋다는 것 아닐까요?
'더 기억을 잘하고 이해하는 것? 김연아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상식적으로 쓰는 '머리를 잘 쓴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김연아 선수만큼 잘 쓰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동작과 섬세한 몸짓…. 똑똑하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입니다.

다중지능이라는 말이 있지요. IQ, EQ…. 머리 잘 쓴다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돼요. 감수성이 높은 것. 운동하는 것,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것도 다 지능이에요. 다 기본적으로 뇌를 다루는 것이죠.'

- 인간의 모든 행동이 뇌와 연결돼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지금 뇌 연구가 어디까지 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뇌 연구가 세월은 오래됐는데, 진도가 느렸죠. 복잡성이 크니까. 뇌 연구 단계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비유를 해요. '히말라야 산을 등산하려고 하는데, 네팔 공항에 내린 정도이다.' 이런 수준이라고. 동경이나 브라질이 아니라 네팔이니까 상당히 많이 온 것이죠. 생물학 분야 중 덜 알려진 분야이긴 하지만요.'

- 뇌를 이해하면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인간의 모든 감각 정보도, 환경도 다 뇌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뇌를 잘 알게 되면 정보를 선별해서 들여보낼 수 있겠죠. 요가와 뇌교육도 다 뇌에 들어가는 것이잖아요. 궁극적으로 자기 컨트롤, 마음을 다스려서 뇌를 잘 쓰는 사람이 되게 하는 거죠. 물론 세뇌나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약물 등 무엇이든 오용하면 안 좋은 것이지만요.
또 하나, 뇌 연구는 '인간이 왜 슬퍼하나. 왜 우울증에 걸리나?' 그런 기전(機轉,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에요. 우울하면 뇌의 어떤 기능이 활성화되나 아니면 줄어드나를 연구하죠. 고혈압을 이해하면 고혈압 치료제가 나오듯이. 뇌를 알면 이런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도 그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고요.'

- 인간이 선행(善行)을 하고 홍익하면 뇌의 쾌감 중추가 작용한다는 연구를 봤습니다.
“그렇죠. 인간이 하는 일들은 자신이 기분 좋게 느끼기 위한 것인데, 언제 그런 것을 느낄까요? 보통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줄 때, 그 사람이 기분 좋으면 나도 좋아합니다. 그런 게 소셜 브레인이죠. 혼자가 아니니까 사회 다른 구성원이 나 때문에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것이죠.

- 깨달음 혹은 행복을 뇌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것도 현상입니다. 깨달은 순간, 깨달은 사람을 가지고 실험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말하기는 어렵죠. ‘깨달은 상태에서 어떤 호르몬이 증가했는데, 이 호르몬 때문인가?’와 같은 인과 관계는 아직 아닙니다. 현상을 서술한 것인데, 그게 시작입니다. 중요하지요. 티베트 불교는 과학에 적극적인데, 거기서는 “깨달음을 뇌과학이 다 밝혀내면 좋은 것이다. 알약만 먹고 다 깨닫는다면 좋지 않겠는가? 다만, 부작용만 없다면”이라고 했다는군요(웃음).“

 KIST는 지난 7월 초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세계에서 모인 15명의 신진과학자를 2주간 교육하는 IBRO-KIST 국제여름캠프를 진행했다. 신 소장은 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단체 IBRO(국제뇌연구기구)에서 KIST와 함께 국제여름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세계에서 한국의 뇌과학 수준을 인정한다는 뜻인가요?
'우리나라 뇌과학 연구는 양으로는 적지만 깊이 하고 있는 연구들이 있어요.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아이돌 가수뿐만 아니라 스포츠, 팝송, 클래식, 전자 제품도 있고…. 그것처럼 과학도 잘하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1, 2등은 의미가 없고 논문 나오는 것으로 판단하자면 양으로는, 크기로는 아주 적어요. 하지만 분자생물학(molecular cellar mechanism)이나 일부 뇌과학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마주해서 경쟁할 수 있는 단계예요.'

- 캠프 참가자들이 거의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지원자들이 많았어요. 대학원생, 연구원도 있었고…. 경험이 있는 학생이 많았어요.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오전 강의, 오후 실험, 저녁에 토의까지 코스가 구성되었어요.'

- 캠프에서는 어떤 내용을 주로 가르쳤나요?
'시스템 신경과학(systems neuroscience)이라 하여 ‘한 세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뇌 회로가 어떤가? 행동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개체 내에서 어떤 현상을 보이고 기능을 보이는가?’ 등을 주로 공부했죠.'

 

   
▲ IBRO-KIST 국제여름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실제로 연구를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 요즘 융합, 통섭(consilience)이 학문의 이슈인 것 같습니다. 뇌 연구도 융합 연구를 많이 하게 되죠?
'뇌는 복잡성이 매우 커요. 인간의 뇌에 시냅스 숫자가 100조 개나 된다고 하는데, 이 시냅스 숫자가 고정된 게 아니라, 활동에 의하여 강화되기도 하고,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면서 회로에 변화를 줄 것입니다. 정보를 얻는 것도, 해석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새로운 툴이 필요해요. 현재 신경과학이 가지고 있는 수단만으로는 안 되니까. 그래서 새로운 학문, 융합으로 가는 거죠. 뇌의 작동 원리를 이용해 교육에 적용할 수도 있고요.'


신희섭 소장은 의사, 과학자, 연구자로 다양한 자리에서 뇌에 관한 탐구를 해왔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해결해 온 그의 일생을 반영하듯 신 소장은 인터뷰 내내 스스로 질문도 던지고 답하기도 하면서 기자의 물음에 답했다.

뇌와 마음에 관해서도 꾸준히 연구해 온 신 소장과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대화를 엮은 <뇌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브레인월드 출판)책이 2006년에 출간되기도 했다. 당시 이 책은 뇌과학자와 뇌교육자의 두뇌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 신 소장님은 뇌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마음대로 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 근거가 있나요?
“명상하면 뇌에 변화가 생기죠. 뇌파진동을 하면 뇌파 변화가 있잖아요. 이러한 것은 현상이죠. 과학이라고 이름을 붙이건 아니건 상관없어요. 그것을 왜 그런지 밝히는 것이 과학입니다. 인과관계가 있는지, 우연일 수도 있고… 실제로 뇌파에, 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서 그런지 밝히면 과학이죠.

- 소장님에게는 명상이 도움 되시나요?
“명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평소에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명상하면 꼭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건 내 경험이죠. 사실 그런 것은 평생(늘) 하는 것 아닌가요? 화를 참는 것도 수련이고, 어릴 때 떼를 쓰다가 엄마한테 혼나고 단념하고 하는 것도 마음 다스리는 거죠. 꼭 수련원에 가서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 한때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시크릿’ 책이 유행했었는데, 그렇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나도 그 책을 봤어요. 책을 보면 가능한 것 같던데? (웃음) 일단 그것은 현상이죠. 개인적인 경험들이지 왜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하는 것은 없어요.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게 (현실을 규명하는) 유일한 방법만은 아니니까. 그냥 현상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은 중요해요. 꼭 일반화가 안 되면 현상이 아닌가? 일반화 안 되는 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요. 현상은 그래도 현상이죠. 협잡꾼이 하는 것이나 마술과는 다르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뿐이죠. 과학이 밝혀야 하겠죠.

- 소장님은 그게 가능하다는 데에 동의하시나요?
 “내가 그렇게 절실하게 마음먹고… 그런 게 있었나? 기자님은 있었나요?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 저는 인간관계에서 간절하게 그렸던 대로 풀렸던 일이 있었어요.
“그렇죠. 그런 게 경험인 거죠. 마음을 먹는다는 게 독립적으로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 느낌에 영향을 안 줄 수 있을까요? 특히 얼굴, 표정, 생각이 다른데 인간관계 관해서는 영향 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시작은 마음을 먹은 거고, 근데 딱 그것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자판기에서) A라는 버튼을 눌렀는데, 결과가 나왔어요. 이걸 꼭 버튼이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버튼에서 전류가 흐르고, 스프링이 움직이고… 다른 작용도 있어서 결과가 나왔어요. 마음먹은 게 버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설명해 놓고 보니 그럴 듯하네(웃음).

- 서로 다른 학문 같은데, 과학자들이 철학에 관심을 두는 사례가 종종 있더라고요.
“철학이라고 이름 붙이면 철학이고, 인간사라고 이름 붙이면 인간사이고. 살다 보면 인간사를 자기가 하는 연구와 연결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연구가 자기의 사고 체계와 별도로 진행할 수 있을까? 매일 장작 패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매일 하는 일이 자기의 사고방식과 격리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나이 들면 더 할 거고, 세상을 더 관조할 수 있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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