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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뉴스 | [소년한국일보20100322] '엄마, 숙제 좀 도와주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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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해나 작성일10-04-08 18:00 조회2,2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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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교수의 죽비소리]

'엄마, 숙제 좀 도와주면 안돼요?'


아이가 안쓰러워 자꾸 거들다보면 '책임감' 없어져
학습량이 너무 많을 경우에만 적절히 도움 주어야

문용린(서울대 교수ㆍ세이프키즈코리아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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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부모와 자녀 사이는 항상 전쟁 상황입니다. 특히 엄마와 자녀 사이가 더욱 그렇지요. 엄마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럴 때 아빠는 엄마와 아이와의 전쟁을 사진 찍고 취재하는 종군 기자 비슷한 처지가 되지요. 엄마는 아이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거지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데 반해 아빠는 꼭 그렇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숙제에 대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숙제를 게을리하거나 제대로 안 해서 선생님께 야단맞을 것을 염려해 도대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숙제를 꼼꼼하게 챙기지요.

초등학교 2학년 준석이는 소문난 개구쟁이에 골목대장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인라인 스케이트나 킥보드를 들고 달려 나가기 바쁩니다.

'숙제는 해 놓고 놀아야 돼!'

엄마는 늘 준석이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쳐 보지만 듣는 둥 마는 둥합니다. 며칠 전에도 준석이는 가방을 내팽개치고는, 나가더니 깜깜해져서야 땀투성이가 되어 돌아왔지요.

'숙제 없니?'

저녁 밥을 먹은 뒤 꾸벅꾸벅 졸는 모습을 보고 있던 엄마의 큰소리에 준석이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습니다.

'아참, 만들기 숙제 있는데…….'

준석이는 그제야 허겁지겁 종이 컵과 수수깡을 찾느라 부산스레 움직였고, 잠시 뒤 난감한 얼굴로 엄마에게 다가왔어요.

'엄마, 만들기 숙제 좀 도와주면 안 돼?'

'뭐?'

'쓰기 숙제도 있고, 읽기 숙제도 있는데 만들기까지 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엄마, 제발! 응?'

'그렇게 숙제가 많으면 일찍 들어왔어야지, 여태 놀다가 숙제 타령이야?'

화가 난 엄마는 그만 폭발을 했습니다. 준석이는 이내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울먹였지요. 화를 내던 엄마의 마음은 금세 약해졌습니다. 어찌보면 숙제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잘못했다고 하는 아이도 딱해 보였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흔히 겪는 상황이지요. 아이는 놀기에 바빠 숙제는 뒷전으로 미루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징징거리며 숙제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분명히 아이가 자초한 일이지만 숙제를 못해 곤란해 하는 아이를 두고 마음 편할 엄마는 없습니다. 숙제를 안 해 가면 학교에서 혼날 게 뻔하고, 반 아이들 앞에서 야단맞아 수치심을 느낄 수 있지요.

그러나 수치심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잘잘못을 스스로 판단해 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혼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일단 숙제는 도와주고, 나중에 혼을 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숙제를 자꾸 거들어 주면 아이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부모가 결국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책임감 없이 제 할 일을 남에게 미루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숙제를 도와주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노느라 숙제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능력에 비해 과제가 너무 버거워,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도 있지요. 학습량이 너무 많아진 탓에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부모가 숙제를 적절히 도와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숙제를 못해 전전긍긍할 때 회초리를 들고 옆에 앉아 '어서 해!'라며 강압적으로 지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가 숙제를 못해 학교에서 야단을 맞도록 놔두는 것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책임의 의미에 대해 알려 주고 충고를 하는 것이면 족할 터입니다. 숙제를 도와주되 그와 관련한 책임은 아이가 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현명한 부모의 역할임을 잊지 마세요.

출처: 소년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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