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뉴스 | [칼럼] 하워드가드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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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05 12:20 조회3,1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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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가드너(Gardner·65) 하버드대 교수(교육대학원)는 바로 이런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는 사상가다. 그는 심리학자이면서도 올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세계 경영 대가(大家) 20인 가운데 5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영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지능과 창의력, 리더십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이론들로 심리학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다중 지능(multiple intelligence)'이론의 창안자로 유명하다. 1983년 발표된 이 이론은 기존의 IQ이론을 반박하면서 인간에게는 한 가지의 지능이 아니라 언어·논리수학·음악·대인관계 등 8가지 지능이 있다고 주창장해 교육학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Weekly BIZ는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 빌딩의 연구실에서 가드너 교수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의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는 예정보다 15분 늦게 시작됐다. 그의 연구실은 컴퓨터가 놓인 책상에 스탠드가 켜 있었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제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지식들을 결합해 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호기심이 많고, 얼리 리더(early reader·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책을 읽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47년 전 하버드대학 시절, 저는 호기심이 생기면 어떤 과목이든 청강하곤 했어요. 수십 개 과목을 청강했는데, 아마 기록을 세웠을 것입니다.'
―교수님처럼 통합 마인드를 갖출 수 있는 팁을 좀 주십시오.
'저는 늘 다른 사람에게 배우기를 좋아해서 많은 멘토와 조언자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는 항상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습니다. 반면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기를 원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실패하면 그만두지만, 저는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했습니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제가 노암 촘스키(Chomsky)를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신은 많은 분야에서 업적을 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고 물었죠. 그러자 그는 인상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말한 것을 결코 믿지 않았다. 항상 내 스스로 알아내려고 했다'라고요. 이 말의 의미는 어떤 권위자가 말했다고 해서 그냥 믿어버리면 당신 스스로 알아내려는 도전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내가 믿는 바와 다른 얘기를 한다면, 나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되 돌아가서 이것이 맞는지 확인해볼 것입니다. 내 스스로 그것이 맞는지 테스트해 볼 것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팁입니다. 실제로 맞는지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라. 어떤 권위자가 얘기했다고 해서 그냥 받아들이지 마라.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이런 권위의 힘이 훨씬 강하지 않은가요?'
가드너 교수는 인터뷰 시간 내내 차분했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더십이나 마음의 변화와 같은 형체 없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외과의사처럼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고, 얽혀 있는 부분은 풀어내는 정확한 화법을 구사했다. 그는 저서 '체인징 마인드(Changing Minds, 2004)'에서 리더가 마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즉 설득의 문제를 다뤘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보입니다. 개인이나 가정,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해당됩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꾸는 게 왜 이렇게 힘든가요?
'마음을 바꾸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그 원인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랫동안 특정한 견해를 간직해 온 경우입니다.
가령 제가 쓴 책을 읽을 만한 나이가 되면, 오랜 시간 동안 특정한 방식으로 사고해왔다는 뜻이겠죠. 따라서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려면 상당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 살짜리 아이라면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한 시간이 짧을 것이고 마음을 바꾸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겠죠.
둘째는 어떤 견해에 감정적으로 결부된 경우이고,
셋째는 대중(大衆)이 당신의 생각을 알고 있는 경우입니다.'
■마음을 바꾸는 일
―부모는 아이를, 경영자는 종업원을, 대통령은 국민을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각각의 경우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기업 경영자라면, 직원을 설득하는 데 리서치와 논리(reason)가 중요합니다. 충분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왜 변화가 필요한지 설득해야 합니다. 농담을 잘하거나, 사람이 좋은 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출직 정치인의 경우는 이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이 오바마(Obama)나 매케인(McCain)을 지지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아이디어가 더 좋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가 더 편안한가, 누굴 더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반향(resonance)'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리서치와 논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른바 '스윙 보터(swing voter·당적에 얽매이지 않고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누가 더 편한지에 따라 결정합니다. 만일 제가 선거 캠프에 있다면 반향(resonance)을 이용할 것입니다. 유권자의 반향을 일으키려면 그들이 당신과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야 합니다.'
―자녀를 설득하기 위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녀들은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바꿉니다. 부모일 수도 있고, 형제나 이웃, 혹은 TV의 수퍼스타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동일화(identification)'라고 부릅니다. 자녀들이 보다 강력하고, 매력적인 상대와 동일시 할 때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길을 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보상(reward)과 벌(punishment)'이라고 말합니다. 변화하면 보상을 해주고, 그대로 있으면 벌을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상과 벌'로는 행동을 변하게 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바꿀 순 없어요. 보상과 벌을 제거하면, 사람들은 곧바로 이전으로 돌아가지요.'
■리더에게 필요한 것
―만약 교수님이 기업 CEO가 되어 조직을 혁신하고 큰 변화를 일으키려고 한다면 맨 먼저 직원들에게 어떤 일을 하겠습니까?
'리더들이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설득력 있는 화법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런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리더 스스로의 삶에 체화(體化)해야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위계 구조가 엄격한 회사에 보다 수평적 문화를 도입하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리더는 이런 생각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뒤 몸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직원 식당에 가서 같이 줄을 서서 밥을 먹고, 별도의 엘리베이터와 주차 공간을 없애고, 자신만 특별히 더 받는 보너스를 없애야 합니다. 말로는 수평적 문화를 말하면서, 전용 엘리베이터에 전용기 등을 탄다면 신뢰 받기 어렵습니다.'
―교수님의 다중지능 이론을 적용해 보면,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리더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지능이 있습니까?
'리더는 3~4가지 지능이 좋아야 합니다. 우선 언어지능이 뛰어나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지능이 높아야 합니다. 제가 '9번째 지능'이라고 부르는 실존적 지능(existential intelligence)도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큰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리더들은 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자성(自省) 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을 갖춰야 합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종종 실패하는 경우를 봅니다.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즈니스 세계에서 능숙하게 일했다고 해서 다른 상황, 예를 들어 자발적인 지지가 필요한 세계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치는 비즈니스와 달리 자발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와 달리 해고당하지 않기 때문이죠.'
■미래에 필요한 5가지 마인드
―'미래를 위한 5가지 마인드'라는 최근 저서에서 미래에는 5가지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간단히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는 훈련 마인드(disciplined mind)로 전문성을 익히기 위해
필요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누구도 어렸을 때 배운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은 결국 일자리가 없거나, 훈련된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통합 마인드(synthesizing mind)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입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삽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통합 마인드를 통해 중요한 것과 무시할 것, 관심을 가져야 할 것과 흘려 보내야 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세 번째는 창의적 마인드(creating mind)입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박스 밖에서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이걸 한번 비틀고 싶어요. 즉 박스 밖에서 생각하려면 먼저 박스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때 박스란 훈련 마인드와 통합 마인드를 의미합니다. 이 기본 조건이 있어야 박스 밖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알기로 한국엔 훈련 마인드는 많은 반면, 통합 마인드를 갖춘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창의적 마인드는 더욱 도전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네 번째가 존중하는 마인드(respectful mind), 즉 인간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외모와 배경, 신념 등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윤리적 마인드(ethical mind)는 우리가 직업인으로서 또 시민으로서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500년 전과 달리 세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누군가의 탄소 배출이 지구의 다른 사람들에게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습니까?'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창조 경영' 등 새로운 접근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이론을 비즈니스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창조 경영이란 표현을 쓰는 데는 조심스럽습니다. '창조적 파일럿'이나 '창조적 외과 의사'처럼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경영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자와 리더는 다른 사람의 창의성을 인정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지, 그들 스스로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 둘을 다 갖춘다면 이것은 보너스일 뿐입니다. 다만 '창의적 리더'라는 표현은 쓸 수 있습니다. 이런 리더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보죠.'
■'자녀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99%는 잘못 알고 있는 것'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성공하기 바랍니다. 부모들은 교수님의 다중지능 이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자녀들이 모두 서울대 등 좋은 대학에 다니는 것이 목표라면 분명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모두 다 그렇게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성공을 매우 좁게 정의한다면, 자녀들을 질식시키게 될 것입니다.
제가 정의하는 성공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사회에서 자기의 몫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취미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가정을 꾸미는 것에서 찾을 수도 있어요. 만약 성공을 이렇게 넓은 의미로 정의한다면 다중지능 이론은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녀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학교 안이든 바깥에서든 발견하도록 도와주죠.'
―부모들은 종종 자기 자녀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가 정말 천재인지, 아니면 그저 보통보다 조금 나은 정도인지 구별하는 방법이 있나요?
'먼저 자녀를 잘 아는 사람, 예를 들어 선생님과 얘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제 아내(엘렌 위너 미 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데, 그녀는 '천재는 배움에 대한 격정(rage to learn)이 있다'고 말합니다.
엄청난 호기심으로 음악이든 운동이든 그것을 갈망하고 열망합니다. 매우 높은 수준의 목표와 기량을 달성할 때까지 만족하지 못하죠. 아이들을 (인위적으로) 천재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자기 자녀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99%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Weekly BIZ 2008.11.1~2 보스턴 = 박종세 특파원 [출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마음을 움직이은 창조경영'|작성자 전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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